어제는 그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그 시원한느낌. 착 가라앉는듯한 그 느낌이 너무 좋다.
한창 어머님이 입원해 계시는 병실을 옮길려고 짐을 분주히 나르고 있을때,
나의 귀를 자극하는 '또까치쯔꾸시떼'라는 멜로디.
그것은 한통의 전화였다.
나:082-62??-??89... 뭐지?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안녕하세요 고객님, 강원속초 XX콘도입니다. 이번 개장기념으로 10일간 무료 숙박 서비스를 하는데 고객님의 핸드폰 번호가 당첨되셨습니다.
나:(...어디서 내 폰 번호가 당첨된거지?)아 예 그러세요?...아 고맙네요.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네...그런데 고객님, 먼저 콘도를 이용하실려면 연회비를 주셔야하는데 계좌번호로 20만원을 입금 해 주셔야하거든요...
나:....(아니 무료라며?...그것보다 이건....전화 사기다!!! )...
...
오늘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비오는 날이기도 하고 어머님이 재활도 열심히 받으시고 웬일인지 읽고 있는 책의 여주인공이 너무 모에해서 하루종일 기분 좋았거늘 이렇게 나를 순식간에 화나게 하는 전화가 올 줄이야...이 더러운 기분. 당신에게 그대로 돌려주지!!
...그랬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스스로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인지 아직까지도 스스로 알지 못하고있었다...
나:(진정하고...)아 그런데 아가씨 목소리가 참 예쁘시네요. 제 지론이 목소리 이쁜 아가씨 치고 곱지 않은 아가씨 없다거든요...저는 사실 사람 외모보다는 목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이것도 인연이네요.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아...예;; 고맙습니다 그런데 고객님 계좌 번호가...
나:그건 그렇구요, 제가 시간이 많이 남는 사람인데(사실 안남는다...)이것도 인연인데 한번 만나 주시면 안될까요? 분명 미인이실것같아서요. 그건 그렇고 나이는 어떻게되세요? 취미는요?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아 고객님... 그건 곤란하구요...계좌 번...
나:아 아가씨도 저한테 호감이 좀 있으신것같은데 너무 좀 성급하신것같네요. 그런데 말이죠.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네?
나:나는 아가씨가 나 좋다고 해도, 제가 아가씨를 먼저 만나자고 했다고 해서...아가씨가 나온데도 안만나줄꺼에요.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예????????????????????????????
나:왜냐하면 나는 2D를 더 사랑하거든요!!!
...빠르게 전화를 닫고.
수신거부에 등록.
...
끝나고 너무 환희에 차서 잡담성의 문자를 보내온 붸륵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전화를 걸어줬다.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붸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23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제 드디어 깨달았다.
나에게도 이런 정신나간짓을 할 용기가 있었다는것을.
만에 하나 정말로 당첨소식을 전해주는거였다면 묘령의 목소리가 참 청아했던 그 아가씨에게 사과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99.5%의 진실과 0.5%의 과장이 들어가 있습니다.(...전화내용은 동일)
오늘의 교훈:전화사기 주의합시다.